Monday, March 9, 2020

등불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

사람의 일생에는

수많은 정거장이 있습니다.

그 모든 정거장마다

안개에 묻힌 등불 하나씩 있으면 좋겠습니다.



든든한 어깨로 울부짖는 바람을

막아줄 사람이 다시 없을지라도

꽁꽁 언 손을 감싸줄 하얀 머플러가 다시 없을지라도

등불이 오늘 밤처럼 밝았으면 좋겠습니다.



빙설로 모든 길이 막혀도

먼 곳으로 떠나는 사람은 반드시 있습니다.



수많은 낮과 밤을 붙잡든 놓쳐버리든

내게 조용한 새벽 하나를 남겨놓고 싶습니다.

구겨진 손수건을 축축한 벤치 위에 깔고

파란 수첩을 펼칩니다.



망고나무 아래 지난밤 빗소리가 남아있습니다.

시 두 줄 달랑 적고 당신은 떠나겠지요.



그래도 나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.

호숫가 작은 길에 쓰인 당신의 발자국과 그림자를.



헤어짐과 다시 만남이 없다면

떨리는 가슴으로 기쁨과 슬픔을 끌어안을 수 없다면

영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.

인생은 또 어떤 이름일까요.



- 수팅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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